아이들2012. 10. 18. 12:58
가끔 아이들에게 저의 어릴적 추억을 공유해 주고 싶은 생각이 많습니다.
기회가 될때마다 해주고 싶지만 이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의 끝무렵 시골 부모님 댁에 놀러갔었습니다.
아이들은 간만에 넓은 들판과 소, 고양이, 개, 염소 등을 보니 좋은가 봅니다.
이때다 싶어 아이들을 위해 제 어릴적 추억 중 하나를 꺼내어 보여주었습니다.

무엇을 만들어 줄까 기대에 찬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아이들을 볼때 마냥 신나하는 제 자신을 볼때 저는 이미 10살 개구장이로 돌아간듯 보였습니다.





요즘은 마트에가서 이쁘게 잘 만든 잠자리채를 구입하면 그만이지만 제가 어릴때는 동내구멍가게에서 판매하지도 않던 것들이었습니다. 주변에 버려진 물건들을 주어서 만들다 보니 허접하기도 합니다만 마트에서 구입한 것 보다 좋았습니다. 

30년 전, 동네 형들이 만드는 것을 보고 혼자서 낑낑대며 만들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처음 만들었던 잠자리 채는

뽕나무, 버드나무 가지는 꺾어서 원을 만들어 대나무에 묶었습니다.

그런후 집의 처마밑, 뒷안, 허청 등을 돌며 보이는 거미줄은 죄다 둥근 원에 돌돌 감아서 그물(망)을 만들었었습니다.


그후 몇년 후 문명의 혜택을 보고 만들었던 잠자리채는

뽕나무, 버드나무 가지가 굵은 철사로 바뀌고

망역할을 한 거미줄은 양파를 담아서 파는 빨간 망사 주머니로 바뀌었었습니다.


"다행히도 한마리도 잡지 못하는 초라한 모습을 보이면 어쩌나 걱정하던 저에게 

봉사잠자리(?)가 잡혀주어서 체면은 구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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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과필연
사진이란 ?2010. 8. 19. 13:18
어릴적 '서리'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한두가지쯤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죠. 문제는 한두개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죠ㅎㅎㅎ

8월이면 한참 더울때죠.
동네아이들끼리 저녁밥먹곤 동네앞 모종에 모여 밤하늘의 별을 세기도 하고 유성이 떨러지면 후다닥 소원을 빌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런 낭만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었습니다.
모였다 하면
누구네 집에 수박이 맛있더라,
어디 포도밭에 포도가 잘익었더라,
옆동네 참외밭에 지키는 사람이 없다더라,
뭐 이런 정보를 주고 받고,
중요한건 이정보들을 이용해 행동으로 옮겼다는 거죠.
그중에 제일 스릴 있고 조직적이며 대규모 서리작전이 있었습니다.

작전명 : "공동묘지"
조직인원 : 8명
작전장소 : 윗마을 포도밭
작전일 : 토요일 22시-23시
준비물 : 칼, 리어커, 요소비료 비닐푸대 2개, 정부미푸대1개
복장 : 최대한 어두운 옷

가장큰 난관중 하나가 포도밭에 안들키고 가려면 공동묘지를 지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마음에 많이도 무서웠죠.
일단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포도밭에 들어가서 포도를 다는 행동대원 4명
따놓은 포도를 푸대에 담아서 이동시킬 행동대원 3명
리어커 대기 행동대원 1명, 이렇게 구성했죠
최대한 포도나무에 피해를 주지않으며 포도서리를 해야한다는 주의를
포도 따는 행동대원들에게 주지를 시키고 행동에 임했습니다.

물론 대박이었죠
정부미푸대로 2푸대가 나왔으니까요.
리어커가 없었다면 힘든 작전수행이었죠.
밤이라 어두워 익지 않은 것도 따와서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한명의 전사자와 부상병없이 훌륭히 작전을 완수했습니다.
익지 않은 포도는 우리의 비밀아지트에 저장해두고 전투식량으로 사용했다는 .....ㅎㅎ

유머도 있죠.
"수박농사를 짓는 농부가 있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의 서리에 힘이 부치셨는지 하루는 수박밭 입구에

'수박한통에 쥐약 넣어두었다  -주인백'
라고 팬말을 붙여두었죠.

다음날
그팬말에
'나도 수박 한통에 쥐약 넣었다  -도둑백'
라고 붙었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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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과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