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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2 [일상] 나와의 싸움, 옻과의 전쟁
깨달음2010. 1. 22. 17:18


며칠인지 기억도 잘 안납니다.
1월 2째주 수요일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옻하면 기겁을 하던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옻닭을 먹어봤습니다.
먹기전, 알약 2알과 계란 노른자에 들기름을 뿌려 먹는 것으로 옻의 알레르기를 방지하기위해 노력했습니다.

첫날, 점심에 옻닭을 먹었습니다. 별로 이상증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서 무의식중에 허리둘레를 긁적긁적 했습니다. 이때까지 옻알레르기를 인지를 못했습니다.
           점심때쯤부터 알레르기가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가려움이 심해질뿐 별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저녁시간 술약속이 있어 술자리에 갔습니다. 소맥한잔을 받고  3시간 가까이 가려움과 사투를 버렸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기'가 느껴지더군요. 집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떨었습니다.
           이날 밤 잠을 못잤습니다. 5분에 한번씩 깨는데, 고문중에 이런 고문 처음입니다.
           일어나 팔굽혀펴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나중에는 팔이 아파서 못하겠더군요.

셋째날, 목위부분(앞면제외-특히 눈,입안,), 손(손목부터), 발(발목부터), 그리곤 중요한 부위를 제외하곤
           온몸이 두드러기와 가려움,부기로 장난아니었다.
           결국 회사출근을 못했습니다. 잠도 못잤고, 온몸이 부어올라오고, 가렵고, 또 부은곳들은 열기가 엄청났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화상입을 정도,
           집에서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죠.

넷째날, 아침까지 괜찮아 보이던 손,발이 이상하다(옻이 이동하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 사무실에 나가서 이것 저것 좀 하곤 바로 귀가, 또 온몸의 가려움과 싸우고,
           아이엄마는 아이들은 주말인데 아무곳도 못간다고 투정부리고, 아~~~, 짜증스러움의 극치를 맛보는 느낌.

다섯날, 이젠 손을 사용하지 못했다. 발등도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다행인것은 온몸의 두드러기와 가려움과 부기는
           조금 내려앉아 보여 일단은 안심했죠, 그래도 옆에 아이들이 못오게 하려 무지 애를 썼습니다.
           막둥이녀석 안아달라고 오는데 제가 피하니깐 섭섭하다고 울음부터 터트립니다.

여섯날, 잠깐 내려앉은 증상에 안도의 한숨을 보내지만 이도 잠시, 흑 T.T
           치질의 고통을 간접경험한 날입니다. 화장실에서 울다가 나왔습니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움에 주변에서는 병원에 가라는 말들이 많았네요. 사무실 직원들도 못봐주겠으니 빨리 병원에 가라고,
           그런데 지금까지의 고통을 참고 이겨냈는데라는 생각에 병원가는 것을 미뤄두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자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일뿐, 어느곳 하나 속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곳은 없고 스잘데없는 정보만 가득했죠.
           다만 그중에서 건진 거라고는 병원가도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오기로 더 버티기로 했다. 병원이나 약에 의존하지 않고 나와 옻과의 전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일곱날, 가려움은 계속되었으나 생활까지 못하게 하지는 않았다. 하루의 일정을 소화하는게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여덟날, 아침부터 목아래-가슴위부분이 이상하다 열기가 느껴진다. 그것도 아주 뜨겁게,
           속마음으로 제길, 이놈이 얼굴로 이동하면 안되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에구..... 이놈이 이동하나보다...
           몸은 내려앉는데 목주변과 얼굴, 특히 귀와 목은 빨갛다 못해 시퍼랬다...
           나중에 알아보니 옻의 뜨거운 기운이 몸의 이곳 저곳으로 이동하며 열을 내뿝는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5시쯤, 미리 퇴근한다고 하고 차량을 근처의 병원으로 이동하던중, 지금까지 고생한것이 아깝다는 생각에
           하루만 더 버텨보자라는 생각에 그냥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지금 생각하면 잘한짓이다.)
           집에와서는 열기를 잡는것은 냉찜질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샤워기 물을 아주 차갑게해서 머리와 목과 가슴을 적시고 흘러내리게했다.
           말이 쉽지, 냉수마찰하는 기분이다. 결국은 차갑다 못해 피부가 얼정도로 해주었다. 이걸 2시간에 한번씩 해준것 같다.

아홉날, 목주변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하지만 귀는 아직도 열기를 머금고 있다. 이제서야 옻과의 전쟁이 하향포물선을 그리는 느낌이다.
           끔찍하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는 경험이다. 아직도 가려움은 있지만 그래도 살았다는 생각, 옻과의 전쟁에서 내가 승리했다는 감격, 감동 T.T
며칠은 더 지나야 좋아지겠지만 일단은 한고비를 넘긴 개선장군 같은 느낌...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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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과필연